後日談 :: 55時間

규우 @alea_07
2025-11-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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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 아래로 얕게 뛰는 맥박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의 생 전부를 걸어 지저로 부터 돌아온 나의 사랑이 생기로 빛나는 눈으로 미소 지었다. 숨을 나누는 그 순간이 미치도록 달콤하여 나는 그제야 나의 심장이 온전히 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설령 우리에게 남은 생이 길지 않다고 하여도. 이는 본능과도 같았다. 마치 죽기 직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별과도 같이. 우리의 수명이 궤도에 올랐음을.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시간을 되돌린다면 또다시 당신을 살리고 말 테니.

  “나도. 당신을 너무 사랑해 라 하현. 이제 당신이 없으면 나의 삶을 규정할 수 없어.”

  그렇게 우리에게 하루살이와도 같은 시간이 남았다. 후회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마저도 사치스러울 뿐이었다.
오늘 하루는 내 방에서 잠들고, 다음날은 우리가 장 봐온 재료로 식사를 준비할 테다. 당신의 방을 청소한 뒤에는 그곳에서 함께 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분일초를 허투루 버리지 않은 채로 사랑을 속삭이고 속내를 나누고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생의 전이>라는 술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쩌면 내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는 대화 끝에는 당신의 다정한 입맞춤과 위로가 있었다. 나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하현의 방에서 보낼지, 소파에 앉아서 영화 한 편과 함께 맞이할지, 아니면 우리가 자주 가던 바닷가에서 맞이할지 정하지 못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평범한 삶을 누렸다. 그리고 이렇게 삶의 끝을 정하는 시간조차 즐거웠다. 그래. 나는 당신과 함께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다.

  하현. 당신은 나의 삶이 한참 남았음을 아쉬워했을지 몰라도, 나는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토록 괴롭고 힘겨울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언제나 위험이 가득하고. 만약에 정말로 내 남은 수명이 고작 그만큼 남은 거였다면, 나는 죽는 순간까지 당신을 잡지 못한 것을 지독히도 후회했을 거야. 이 고통 속에서 아등바등 살 바에는 당신에게 애원하고 구걸이라도 하는 게 좋았을 거라고. 그 하찮은 마음이 스스로에게 저주를 내린 거라고 비웃으며 눈 감았을 테지.

  나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아. 아니, 학라에서 당신 손에 죽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내 목숨은 온전히 당신 손에 있는 셈이었어. 그렇기에 나의 유일은 라 하현이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 당신이 되었지. 나는 이 사실을 후회하지 않아. 내 삶은 여태까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동아줄에 매달려 기어 올라갈 뿐이었으니까.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은 철창이 사라져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잖아. 그러니 당신 없는 세상을 살아갈 나는 다시 동아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거야.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

  사실 나는 당신과 평범한 삶을 누린 뒤에도 당신이 죽은 뒤를 감당할 용기가 없었어. 가능하다면 하현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러준 뒤에 무덤 옆에서 죽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했지. 벌써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삶은 줄곧 불행을 그려야만 활로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과 손을 잡은 채 죽음을 앞두고 있음이 기뻐. 하현. 우리 집안은 내세를 믿어. 비록 우리는 무수한 살생의 죄로 수천수만 번의 삶을 미물로 보내야 한다지만. 적어도 당신만큼은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내가 끊임없이 빌었으니까. 그러니 약속해 줄래? 먼 훗날 우리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서 만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사랑하기로.




<p style=&#034;text-align: right;&#034;><i>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될까?
하현. 당신을 사랑해. 이 말을 계속해주고 싶었어.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미워하겠어.
그러니까, 잘 가. 이제 정말 괜찮아야 해. 안녕.



没命成灰土,终不罢相怜。</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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