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re
<center><img src='
'
alt='다운로드.jpg'
class='content-image'
style='max-width: 100%; width: fit-content; height: auto;'></center>
귀신들린 핏줄로 태어난 아이의 삶은 오로지 타인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우두머리의 하자 없는 자식으로 선택 받고, 머리가 될 재목임을 인정받고, 정상으로 올리고자 하는 이해득실의 손길을 받고. 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될 때 까지도 밀려오는 크고 작은 물결에 흘러감이 이치에 맞다 생각해왔다. 실로 그들의 세계는 그리 돌아가고 있었다. 무릇 선택을 할 권리란 강자와 그 곁가지의 몫이거나 목숨을 값으로 걸어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던가?
‘사흘. 그 안에 용을 떨어뜨리겠다.’
단 한 번 제 손으로 일으킨 파문이 파랑이 되어 모든 걸 무너뜨렸던 사흘, 그리고 나흗날. 태어나 처음으로 귀 염오는 자신이 붙잡은 선택의 결말을 보았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검고, 빗소리는 장송곡같이 들렸다. 어둠에 잠긴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하염없이 길었다. 의외로 비참함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쓰고 시고 아리지만 희미한 단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소년의 태를 벗어난 청년에게 기이함 감각은 열쇠였고 제 선택으로 살린 목숨은 하나의 결실이었다. 수로를 거쳐 나온 온기는 희미하였으나 염오는 얕게 뛰던 맥박을 제 손끝에 새겨두었다.
무르익은 과실이 툭 떨어져 땅에 스미고 씨앗은 이를 양분삼아 싹을 틔웠다. 이 잡초 같은 풀을 욕망이라 명명하니 여린 풀잎은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 가지를 뻗었다. 청년은 그 두근거림이 퍽 나쁘지 않아 질기고 억센 것을 뽑아내지 않기로 하였다.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 그저 이것이 얼마나 더 자랄까, 어디까지 자라고 무엇을 맺을지 궁금할 뿐이었다.
드리운 그늘이 하늘을 가린 뒤에야 귀 염오는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제 주변과 넓디넓어 헤아릴 수 없는 땅에 놓인 수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 제 손을 택한 처음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 욕망이 불을 맺었구나.
행복이란 단어를 깊이 생각한 건 그 날이 처음이었을 테다. 귀 염오는 라 하현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늘었다. 제 손을 적신 붉은 것들을 털어낼 줄도 모르면서.
하지만 꽃을 틔워야만 사람이 행복할 수 있나요?
태산같이 쌓인 업에 조금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던가. 귀 염오는 라 하현에게 제 손으로 행복을 주고 싶다고 욕망했다. 이번에도 스스로 직접 택한 선택이었다.
'alt='다운로드.jpg'
class='content-image'
style='max-width: 100%; width: fit-content; height: auto;'></center>
귀신들린 핏줄로 태어난 아이의 삶은 오로지 타인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우두머리의 하자 없는 자식으로 선택 받고, 머리가 될 재목임을 인정받고, 정상으로 올리고자 하는 이해득실의 손길을 받고. 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될 때 까지도 밀려오는 크고 작은 물결에 흘러감이 이치에 맞다 생각해왔다. 실로 그들의 세계는 그리 돌아가고 있었다. 무릇 선택을 할 권리란 강자와 그 곁가지의 몫이거나 목숨을 값으로 걸어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던가?
‘사흘. 그 안에 용을 떨어뜨리겠다.’
단 한 번 제 손으로 일으킨 파문이 파랑이 되어 모든 걸 무너뜨렸던 사흘, 그리고 나흗날. 태어나 처음으로 귀 염오는 자신이 붙잡은 선택의 결말을 보았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검고, 빗소리는 장송곡같이 들렸다. 어둠에 잠긴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하염없이 길었다. 의외로 비참함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쓰고 시고 아리지만 희미한 단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소년의 태를 벗어난 청년에게 기이함 감각은 열쇠였고 제 선택으로 살린 목숨은 하나의 결실이었다. 수로를 거쳐 나온 온기는 희미하였으나 염오는 얕게 뛰던 맥박을 제 손끝에 새겨두었다.
무르익은 과실이 툭 떨어져 땅에 스미고 씨앗은 이를 양분삼아 싹을 틔웠다. 이 잡초 같은 풀을 욕망이라 명명하니 여린 풀잎은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 가지를 뻗었다. 청년은 그 두근거림이 퍽 나쁘지 않아 질기고 억센 것을 뽑아내지 않기로 하였다.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 그저 이것이 얼마나 더 자랄까, 어디까지 자라고 무엇을 맺을지 궁금할 뿐이었다.
드리운 그늘이 하늘을 가린 뒤에야 귀 염오는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제 주변과 넓디넓어 헤아릴 수 없는 땅에 놓인 수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 제 손을 택한 처음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 욕망이 불을 맺었구나.
행복이란 단어를 깊이 생각한 건 그 날이 처음이었을 테다. 귀 염오는 라 하현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늘었다. 제 손을 적신 붉은 것들을 털어낼 줄도 모르면서.
하지만 꽃을 틔워야만 사람이 행복할 수 있나요?
태산같이 쌓인 업에 조금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던가. 귀 염오는 라 하현에게 제 손으로 행복을 주고 싶다고 욕망했다. 이번에도 스스로 직접 택한 선택이었다.
- 이전글Cherish 25.11.09
- 다음글後日談 :: 海上散步 25.11.09
댓글목록
댓글
승철이 @slow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