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話 :: 白日夢 2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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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img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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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었다. 이따금 형체 모를 무언가의 시선이 불쑥 제 몸을 옥죄는 듯한 서늘함을 수도 없이 털어내며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것은 아주 차가운 물이 되어 발목을 적시고, 때로는 지독한 비린내가 되어 숨통을 틀어막으며, 어느 날은 모두 미쳐버릴 거라 속삭이는 수십의 목소리와 수백의 웃음이 고막을 터뜨릴 것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귀 염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살고 싶다는 갈망 하나 품은 채 당신의 뒤를 쫓을 뿐이었다. 학라의 빽빽하고 좁은 골목길처럼 수많은 이해와 불가해의 비밀이 얽힌다. 어쩌면 자신이 내내 헤매던 길은 끝이 존재하는 미로가 아니라 괴물의 심연으로 향하는 미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약해진 건 오로지 저 하나뿐이다. 목숨을 걸어 유예를 얻은 쪽은 라 하현이었으나 본래 간절할수록 더한 일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않던가.
쌍방의 목적은 동일하나 앎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팔다리가 죄다 잘렸을지언정 그는 용이었고, 학라는 혈족이 아닌 용의 땅이었다. 정보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라 하현이 순순히 죽어줄 위인이 아니라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귀 염오, 너는 무엇 때문에 헛헛함을 느끼는가? 너는 분명 모든 걸 예상하였는데도.
“고서점에는 혼자 다녀와. 난 확인해 볼 게 있어.”
당신이 말하는 확신이 무엇에 대한 확신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머릿속 깊숙한 곳에 숨길 거라는 사실도.
“우린 운명공동체야. 널 배신해 봐야 지금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라. 등을 돌리면 비수를 꽂고 호의를 가장하여 내민 당과에는 독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싸구려 갱지만도 못한 삶이었다. 그러니 귀 염오는 무엇에도 아쉬워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다. 나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 귀 염오는 라 하현을 믿지 않는다. 그것을 누구도 서운해 하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것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그곳에 도착한 당신 때문이겠지. 이마를 짚으며 상태를 확신하는 손길 때문이겠지. 혼자라고 되새기는 순간마다 당신이 나를 나약하게 만든다. 산산조각 난 파편이 살갗을 가르고 파고들었다. 이것은 희망이 아니다. 그저 미련한 짓일 뿐이지.
“……황룡회에 애정을 느끼나? 어떤 의미로든 말이야.”
“'소유욕'을 느끼는 거야. 황룡회는 내 것이거든. 어처구니없게 빼앗겼지만, 그건 내 거야. 이해되나?”
찰나의 공백이 그의 머릿속에서 하염없이 늘어졌다. 귀 염오의 삶에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란 존재해 본 적 없는 욕망이기에 라 하현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되었다. 삶의 원동력은 오로지 살기 위함이라. 그래, 살아남기 위해 정점을 노리고 발버둥 쳐 이곳까지 왔다. 그렇다면 그것을 제외한 나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귀 염오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였다.
<p style="text-align: right;"><i>春心莫共花争发,一寸相思一寸灰。</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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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었다. 이따금 형체 모를 무언가의 시선이 불쑥 제 몸을 옥죄는 듯한 서늘함을 수도 없이 털어내며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것은 아주 차가운 물이 되어 발목을 적시고, 때로는 지독한 비린내가 되어 숨통을 틀어막으며, 어느 날은 모두 미쳐버릴 거라 속삭이는 수십의 목소리와 수백의 웃음이 고막을 터뜨릴 것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귀 염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살고 싶다는 갈망 하나 품은 채 당신의 뒤를 쫓을 뿐이었다. 학라의 빽빽하고 좁은 골목길처럼 수많은 이해와 불가해의 비밀이 얽힌다. 어쩌면 자신이 내내 헤매던 길은 끝이 존재하는 미로가 아니라 괴물의 심연으로 향하는 미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약해진 건 오로지 저 하나뿐이다. 목숨을 걸어 유예를 얻은 쪽은 라 하현이었으나 본래 간절할수록 더한 일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않던가.
쌍방의 목적은 동일하나 앎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팔다리가 죄다 잘렸을지언정 그는 용이었고, 학라는 혈족이 아닌 용의 땅이었다. 정보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라 하현이 순순히 죽어줄 위인이 아니라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귀 염오, 너는 무엇 때문에 헛헛함을 느끼는가? 너는 분명 모든 걸 예상하였는데도.
“고서점에는 혼자 다녀와. 난 확인해 볼 게 있어.”
당신이 말하는 확신이 무엇에 대한 확신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머릿속 깊숙한 곳에 숨길 거라는 사실도.
“우린 운명공동체야. 널 배신해 봐야 지금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라. 등을 돌리면 비수를 꽂고 호의를 가장하여 내민 당과에는 독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싸구려 갱지만도 못한 삶이었다. 그러니 귀 염오는 무엇에도 아쉬워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다. 나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 귀 염오는 라 하현을 믿지 않는다. 그것을 누구도 서운해 하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것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그곳에 도착한 당신 때문이겠지. 이마를 짚으며 상태를 확신하는 손길 때문이겠지. 혼자라고 되새기는 순간마다 당신이 나를 나약하게 만든다. 산산조각 난 파편이 살갗을 가르고 파고들었다. 이것은 희망이 아니다. 그저 미련한 짓일 뿐이지.
“……황룡회에 애정을 느끼나? 어떤 의미로든 말이야.”
“'소유욕'을 느끼는 거야. 황룡회는 내 것이거든. 어처구니없게 빼앗겼지만, 그건 내 거야. 이해되나?”
찰나의 공백이 그의 머릿속에서 하염없이 늘어졌다. 귀 염오의 삶에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란 존재해 본 적 없는 욕망이기에 라 하현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되었다. 삶의 원동력은 오로지 살기 위함이라. 그래, 살아남기 위해 정점을 노리고 발버둥 쳐 이곳까지 왔다. 그렇다면 그것을 제외한 나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귀 염오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였다.
<p style="text-align: right;"><i>春心莫共花争发,一寸相思一寸灰。</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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